동아시아 전통의학(한의학) 분야 고문헌의 전체 규모는 얼마나 될까. 대략적인 규모를 추산해 본다.
동아시아 전통의학 의서 규모
동아시아 전통의학과 관련된 고서(古書)의 전체 규모에 대해 공식적인 집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몇몇 서목과 사전을 통해 대략적인 종수의 파악은 가능하다.
한국
먼저 한국 의서의 경우를 보자. 일제 강점기에 연구를 진행했던 미키 사카에(三木榮)의 《朝鮮醫書誌》를 근거로 하면, 조선 고유의서는 151종으로 집계된다. 미키는 이 외에도 조선판 중국의서 93종, 조선판 의약관계서 79종, 중국판 조선의서류 65종, 조선의서목폭류 16종을 더 제시하였다.1 그러나 치료와 관련된 의서(醫書)로 한정하면, 한국 전통사회에서 만들어진 의서는 150종 내외로 파악된다.
중국
다음으로 중국의 경우를 보자. 《醫籍考》는 일본 타키 모토츠구(丹波元胤)가 1819년에 완성한 의서 목록이다.2 이 책에는 3,678종의 의서 목록과 이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다. 이 안에는 당대 실존했던 의서 뿐만 아니라 각종 사료를 통해 당시에 이미 실전된 의서까지 수록하고 있다.
한편, 현대 중국에서 저술된 《中国医籍大辞典》에는 이미 실전된 의서 4,764종이 포함하여 2만 3천여종의 의서가 수록되어 있다.3 이 사전에는 고대부터 사전 출간 당시인 2000년 까지 출간된 전통의학 관련 서적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앞의 《醫籍考》와 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여기에서 시대를 고대부터 청(淸, 1618-1924)까지로 한정지으면, 그 수는 13,586종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 가운데는 동일한 서적이 판본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불리운 경우, 조선이나 일본의 의서 일부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중국 전통 사회에서 만들어진 의서는 19세기 초까지는 대략 3천 6백여종, 20세기 초로 범위를 확대하면 대략 1만 3천여종 정도로 파악된다. 현대에 가까울 수록 서적 출판이 급증한 모습이다.
일본
마지막으로 일본 의서의 경우를 보자. 일본 의서의 목록을 정리한 고소토 히로시(小曾戶 洋)의 《日本漢方典籍辭典》에는 약 670여종의 의서가 수록되어 있다.4 이를 근거로 하면 일본 전통사회에서 만들어진 의서는 대략 670종 내외로 파악된다.
정리 및 추정
이를 정리해 보자. 동아시아 전통사회에 간행된 의서는 중국의 경우 약 13,000여종, 한국은 약 160여종, 일본은 약 670여종이다. 따라서 전체 규모는 13,830여종 내외로 파악된다.
1종 서적의 분량은 매우 다양한 편이다. 1권으로 이루어진 서적도 있고, 100권을 넘는 대형 의서도 있다. 출판 양식에 따라 동일한 책이라도 권수가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권수로 책의 절대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서는 대부분 한문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한자의 수로 분량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몇 천자로 이루어진 소형 의서도 있고, 80-90만자에 달하는 대형 의서도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전통의학과 관련된 의서의 전체 양을 글자수로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를 거칠게 계산해 볼 여지는 있다. 동아시아 전통의학 분야 의서를 DB로 만든 《中華醫典》에는 1156종의 의서가 수록되어 있는데, 권수로는 1만여권, 자수로는 4억여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이를 보면, 의서 1종은 평균 권수로는 10권, 글자수로는 40만자에 해당한다.
한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한의학고전DB》의 경우, 2019년 말 현재 93종의 의서 12,296,126자가 수록되어 있다.6 의서 1종이 평균 132,216자의 한자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의 《中華醫典》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형 의서에 해당하는 동의보감이 25권에 80만자 정도되므로, 1종 평균 글자수가 40만자인 것은 다소 과장된 듯하다. 《한의학고전DB》의 평균 값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의학고전DB》의 평균 글자수를 적용시켜 보면, 동아아시 전통의학 관련 의서의 총 규모는 종수로는 1만 3천 8백여종, 글자 수로는 18.3억자(1,828,547,280자) 정도가 된다. 동의보감이 약 85만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글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동의보감의 2천배에 달하는 규모이다.